Her Majesty!

캐나다의 지폐는 $100, $50, $20, $10, 그리고 $5 이고 $2과 $1은 동전이다. 그런데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역대 수상들이고 $20의 모델은 영국의 Elizabeth II 여왕이다. 얼마전 신권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지난 주일에 첨으로 그 신권 $20 을 만져봤다. 기존의 화폐들보다 훨씬 얇아진 느낌이었고 한쪽에 투명한 부분이 있었고 그 투명한 부분에 여왕의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 

지난해 7월에 캐나다 시민권 신청 서류를 접수시켰는데 며칠전 시민권 시험을 보라는 연락이 왔고 어제 이민국에 가서 시민권 시험과 인터뷰를 했다. 시민권 자격이 강화되어서 시험 통과 성적도 기존 60점에서 75점으로 올랐고 문제도 과거처럼 (인터넷에 나오는 문제들이 아마 과거의 유형들인듯..) 단순한 문제들이 아니었다. 이민국에서 일년전에 보내준 시험 준비용 책자를 세번 정도 읽고 나니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고 시험도 잘 통과했다. 재찬모도 시험 끝난 직후 “난 떨어진것 같애. 우짜노” 했지만 무사히 잘 통과했다. 할렐루야. 인터뷰도 잘 마쳤고. 이제 3개월정도 기다리면 시민권 선서식이 있다. 이때, 우리는 여왕 폐하, Her Majesty 앞에 맹세를 한다.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다. 그것 참…………. 내가 자라온 배경이 입헌군주제 (Constitutional Monarchy) 와는 거리가 먼 시스템이라 캐나다의 입헌군주제 는 참 생소하게 느껴졌다. 영국이라면 그래도 좀 이해가 될것 같지만 캐나다에서 영국 여왕이 Head of State라니..그런데 이번 시험 준비로 캐나다의 역사와 정치시스템을 공부하면서 그렇게 된 배경을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캐나다 시민이 된다는 것, 기분이 좀 묘하긴 한데, 말 그대로 시민권을 가지는 것이다. 이땅에 살면서 지켜야할 것들을 지키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것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다.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인이다.

찐빵 쪄 먹기

덴버에 살 때는 웬만한 것은 사서 먹었는데 이곳 핼리팩스에 와서는 웬만하면 만들어서 먹는다. 재찬모가 빵만들기를 좋아해서 여러 종류의 빵들을 집에서 만든다. 시네몬 롤, 팥빵, 크림빵, 쿠키, 호떡 등등…거기다가 얼마전 부터는 찐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이 제법 맛있다. 지난 주에도 두어번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사진이라도 좀 찍어 두어야 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자세한 방법은 나도 모르지만 암튼 사진으로 보면 밀가루에 기름이랑 계란이 들어가고한시간 삼십분 반죽 및 숙성팥 앙꼬 넣고..재인이도 따라하고..찜 솥에 올려 찌고..
좀 지루하지만 기다리면, 찐빵이 완성되고….난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ㅋㅋㅋ

Halifax Farmers’ Market

얼마전 토요일 아침, 핼리팩스 파머스 마켓에 다녀왔다. 다운타운에 간 김에 그 근처에 있는 나의 직장에 가서 잠시 해야할 일들을 좀 해놓고 근처에서 사진 몇장 찍고 Water Front에 있는 Halifax Farmers’ Market으로 갔다. 시간상으로는 파장 할 때가 다 되어가는데도 주차장에 빈곳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그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가격이 사실 조금 더 비싸기는 하지만 대부분 좋고 싱싱한 것들이다. 딱히 뭘 사러 그곳에 간 것이 아니어서 이곳 저곳 둘러보고 사진찍고, 알이 굵은 계란 한판이란, 야채 조금, 그리고 작은 박 세개를 사왔다. 박은 속을 파 낸뒤 차 컵으로 만들어 사용하려고 사왔다. 핼리팩스 파머스 마켓, 그리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곳에 가면 막 내린 향 좋은 커피를 마시는 듯한 괜한 즐거움이 있다.차 컵을 만들어 사용하려고 사 온 박들.

오매 단풍 들것네

사실 “단풍 들것네” 가 아니라 단풍이 들었다. 아니 이미 지고있다. 샛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이 겨울 눈 날리듯 흩어져 내린다. 이맘 때면 늘 보던 것들이지만 올해는 더 이뻐 보였고 잡아 두고 싶은 마음 또한 더했다. 나이가 들어서인가….아니면 일년을 먼 데서 살다 와서 일까. 비 오늘 날이 잦았던 요며칠, 출퇴근 시간 흐린 차창을 통해 들여다 보는 핼리팩스의 가을은 색깔이 적당히 잘 퍼진 한편의 훌륭한 수채화다.


오랜만에 화창히 갠 토요일 아침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들꽃

얼마전 퇴근길,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오늘 길가에서 들꽃들을 보았다. 늘 그곳에 있었을 들꽃들이 그날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보니 어찌나 이쁘던지. 욕심이 생겨 꽃을 좀 꺽어서 도시락 가방에 넣었다. 집으로 걸어 오는 내내 짝사랑 시작한 사춘기 소년 마냥 기분이 좋았다. 투명한 유리잔에 물을 채우고 따온 꽃들을 띄우니 더 이상, 가을 바람에 흔들리기나 하는 그냥 그저 그런 들꽃이 아니었다. 아 이거 왜 시가 생각 나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꽃, 김춘수

물컵에 담아 둔 꽃들이 참 이뻐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칼국수

언제나 넉넉함이 있는 토요일 아침, 하루 하루 떨어져 나가는 고운 단풍이 아쉬워 카메라를 메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잡는다고 잡힐까만 그래도 그 모습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이리 저리 들이대고 깊어 가는 가을을 담아 놨다. 좋은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놓으면 웬지 푸근하고 배가 부른 느낌이다. 그러나 그러한 포만은 역시 생물학적 배고픔을 대신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토요일 점심, 백여사가 맛나는 오징어 칼국수-해물칼국수라고 해야하나 해물은 오징어 뿐이라…-를 준비했다. 어찌나 맛있던지…후루룩 마시듯 한 그릇을 비웠고 잘익은 김치는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