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 건 파열

Day 1 (Sunday, July 7th, 2024)

아킬레스 건이 파열되었다. 간혹 이 부상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내 이야기는 아닐것이기 때문이었다. 오늘 아침 축구 경기중 이 부상은 그냥 갑자기 내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정말 그냥 갑자기.

하프 마라톤 준비를 두달 전에 시작했다. 첨엔 5킬로미터씩 뛰다가 조금씩 늘여서 최근에는 18킬로미터까지 거리를 올렸다. 걱정했던 무픞은 괜찮았는데 고관절이 좀 아팠지만 금방 회복되어서 별 무리없이 훈련해왔다, 훈련 덕분에 살도 빠지고 몸도 가벼워져서 일주일에 한번 하는 축구 경기에서도 좀 더 뛸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나도 모르게 그런것들이 몸에는 좀 무리였던것 같다. 나이도 생각했어야 하는데 ….경기를 한 30분 정도 진행했고 어느 순간 뛰려고 움직이는데 뒤축에 “뚝” 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자리에 그냥 주저 앉았다. 실내 경기장이라 소리가 컸던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된것이다.

대강 샤워하고 응급실로 갔더니 몇가지 검사 후 아킬레스 건 파열 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앞으로의 치료는 며칠 후 MRI 검사후 결정될 것 같고…아침 8:50에 응급실 들어가서 발에 캐스팅을 한채 저녁 6:45에 응급실을 나섰다. 참 긴 하루다.

캐스팅 후 다시 x-ray찍으러 가는 중
응급실을 나서는데 아들이 재밌다는 듯 카메라를 들이댐

Day 2

캐스팅 된 다리가 무거워서 잠 자기가 좀 불편했다. 목발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아직은 힘들고. 밖의 날씨는 좋은데 그걸 창문으로만 바라 보고 있으니 멘탈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앞으로의 치료 과정, 기간, 그리고 그 동안에 처리해야될 일들, 가게일들, 여행 계획, 그리고 운동을 할 수 없음으로 인해 신체에 초래될 여러가지 변화들 등등을 생각하니 아 정말 아픈 다리가 문제가 아니라 멘탈을 잡는게 더 힘들것 같다. 마음이 복잡해서 뒷마당에 목발 짚고 나가봤다. 이 역시 쉽지 않다. 이제 쭉쭉 자라기 시작하는 고추, 토마토, 오이, 호박…잔가지도 잘라줘야하고 호박 수분도 해줘야 하는데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늘어져 있을 수는 없는일. 지하 사무실 랩탑, 서류등을 챙겨 올라와서 밀린 업무 처리하고, 지금껏 건강히 살아 오면서 처음 겪는 이런 치료를 과정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찍어 둔 사진과 생각들을 적는다.

지하 사무실에서 다리를 내려다 보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Day 9 (Monday, July 15th, 2024)

오늘 MRI를 찍고 왔다. MRI는 어쩌다 보니 두번째인데 역시 좀 스트레스 받는다. 내일 정형외과 전문의를 만난다.

Day 10 (Tuesday, July 16th, 2024)

오늘 전문의를 만났다. MRI 영상을 보여 주면서 끊어진 곳을 설명해줬다. 그냥 보기에 뭉텅 끊어져 있었다. 수술 치료와 비수술 치료의 장단점을 말해주면서 두 옵션중 어떤걸 원하는지 선택하라고 했다. 두 경우 다 1년 뒤의 결과는 같다고 하길래 비수술을 원한다고 했고 의사 본인의 경우라도 비수술을 선택할것이라 해서 오케이 했다. 다만 비수술의 경우 치료 기간이 약간 좀 더 길다고 했지만 나는 조금 길어지는 건 괜찮다고 했다. 캐스팅 된 다리는 이번주까지는 그대로 두고 다음주에 다시 와서 발목 각도를 조절하고 다시 캐스팅 하기로 했다. 알고 보니 담당 의사는 아들 친구의 아버지였다. 그 분도 달라스 카우보이스 팬이라 한참 NFL 이야기를 같이 했다.

Day 20 (Friday, July 26th, 2024)

오늘 다시 의사를 만남. 석고 캐스팅을 벗었고 아킬레스 부츠를 신었다. 앞으로 약 한달간 이 부츠를 밤낮으로 신고 있어야 한다. 필요할 때는 부츠를 벗을 수 있으서 일단 씻는게 가능해서 다행이다. 아킬레스건이 벌써 조금씩 붙고 있다고 한다. 발목 운동을 하루에 세번 하라고 하는데 아직은 발목을 직각으로 만드는게 힘들고 많이 당긴다. 앞으로 한주 동안은 양쪽 발에 각 50% 정도의 힘을 분산해서 움직이고 그 다음주에는 다친발이 75%, 그 담주에 다친 발, 한발로 설 수 있을거라 한다.

Day 27 (Friday, August 2nd, 2024)

Clutch 하나로도 좀 불편하지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한손이 자유로워져서 물건을 들고 움직일 수 있어서 행복하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좀 더 자유롭다. 다친 오른발에 힘을 좀 더 줘도 견딜만하다. 다만 아직 발목을 직각으로 만드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Day 51 (Saturday, August 24, 2024)

드디어 부츠를 벗었다. 두달 혹은 그 이상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벗게 되었다. 그래도 재발의 위험이 있어서 Achillotrain 이라는 $190이나 하는 발목 보호대를 하고 걸어야 하지만 두발로 걷는 기쁨은 새삼 새롭다. 이쯤되니 한국 여행 취소가 좀 많이 아깝다. 그냥 가되 되었을텐데. 그래도 아직 걷는게 좀 불편한걸 보면 한국 여행 갔었어도 분명 힘들었을거다. 나보다 두달 먼저 아킬레스를 다친 지인은 수술을 했었는데 그분과 비교해보면 비수술을 선택하길 잘했다 싶다. 그분의 회복이 좀 빠를듯 보이지만 비수술로 이정도 회복속도면 생각했던것 보다 긍정적이다. 불편한 다리로 인해 보석같은 핼리팩스의 여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이제 가을이 느껴진다. 참 기억에 많이 남을 2024년의 여름이었다. 당분간 뛰는 운동은 못할것이고, 수영이나 자전거를 시작할까한다. 그런데 자전거, 왜 이렇게 비싸지?

12주차

아 참 나 원….지난 병원 방문 후 6주만에 병원에 갔는데…아킬레스가 늘어져 있다고한다. 발목을 90도 이상 뒤로 젖히면 안되는데 아무래도 재활이나 일생 생활가운데 그런 경우가 가끔 있었나보다. 재활도 그렇고 요즘 좀 무리를 했더만…좀 불편해도 그냥 그렇게 살던지 아니면 첨부터 다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12주를 그냥 통째로 날린것 같아 참 한심했지만 그래도 다시 치료해야한다. 다시 캐스팅을 하고 다시 목발을 짚는다. 3주를 이 상태로 살아야한다, 그리고 진전이 보이면 캐스트를 풀고 아킬레스 부츠를 신고 한 두달 살아야 한다, 12월은 되야 부츠를 벗을 수 있다. 이번에는 최대한 조심하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다시 뛸 수 있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