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다닌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교회는 너무도 평안하고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적어도 교회 때문에 떠나야 하는 그런 지저분한 일들은 없다. 그럼 왜 떠나냐고? 언젠가부터 늘 생각해 왔던 일이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실행하게 되는것인데 특별히 교회와의 관계나 교회 내부적인 일로 인해서 그 실행을 결정하게된것은 아니다. 신앙하는 자로서 그 신앙의 바탕이 되는 교회를 향한 나의 열정이 이젠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 내가 교회를 떠나는 결정을 하게 된 이유다. 쉽게 말해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졌다. 나에게서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진 것은 아마 여러가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나의 신앙의 무기력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익숙하고 편안한 신앙 생활이 내 삶에 유익이 되고 있질 못하기에 개인의 신앙이 무기력해지고 그것이 다시 공동체에 대한 열정을 식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내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이런 마음과 자세로 내가 공동체의 리더십 그룹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에게 손해일 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에게도 지속적으로 손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지난 수년간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없이 그저 책임감으로 교회에서 내가 해야할 일들 해왔고 그렇게 책임감으로만 감당하기엔 지금의 내 마음이 너무 메마르다. 지난 연말에 사실 실행하려 했지만 몇가지 일들로 인해 교회를 떠날 수 없었고 한 해 맡겨진 일들 잘 감당하고 2019년 말에 마무리하자는 마음을 먹었었다. 지난 15년 동안을 돌아보면 공동체를 사랑하며 아주 행복해 했던 날들도 많았고 공동체가 힘든 시기에 함께 버티며 견뎌낸 시간들도 있었다. 소중한 기억들이다.
다만 나의 이런 떠남의 결정이 한때 사랑했던 공동체를 뒤로 하며 이별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닌것 같다. 나의 메마름이 어느 정도 해갈 되면 그때는 또 어떤 결정을 할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잠시만이라도 공동체를 떠나 있는것이 지금 현재 나의 메마름에 가장 좋은 선택인것 같다. 지나고 나면 후회가 되는 결정일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실수이거나 혹은 전혀 유익함이 없는 결정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공동체를 떠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사실 막막하다. 역설적이게도 다행인것은 나의 난 자리가 전혀 표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씁쓸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