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추구 위한 리얼리티의 부족
“7년의 밤”은 나에겐 매우 색다른 소설이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령마을을 마치 구글맵에서 길을 찾듯 헤매고 다니면서 그 책을 읽었었다. 꿈과 현실을 오락가락하는 비현실성이 조금은 독자를 헷갈리게 할 만했지만 그래도 단숨에 읽어내려갔었다. 재미있었다. 영화로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역시 활자 속에 감춰진 상상이 훨씬 자유롭다.
그 소설을 흥미롭게 읽은 나로서는 정유정의 또 다른 소설 “28”에 대해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고 책을 든 순간 얼마간은 문장의 짧고 강렬함에 그저 끌려 갈 수 밖에 없었다. 색다른 소재(인수공통전염병, 아이디타로드 등등) 신선했고 전개 방식이 독특했다. 각각의 등장 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지만 결국 작가는 인간 본성의 어쩔 수 없음을 읽는 이의 일말의 기대와 상관없이 작가의 시각으로 써 나간다. 재밌게 읽었다. 마치 영화를 염두에 둔 듯 만들어진 소설처럼 느껴진다. 발로 글을 썼다고 느껴질 만큼 디테일이 살아 있는 부분들 또한 이 소설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요소다. 작가의 현장에 대한 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러가지 사건들이 오버랩되었다. 광주가 생각났고 세월호도 떠 올랐다. 몇몇 영화도 이미지로 스쳐지나갔고 부패하고 무능했던 지도자들의 기분 나쁜 이름도 생각났다.
좀 아쉬웠던 것은 리얼리티다. 이 책의 강점은 디테일과 리얼리티다. 그런데 그 리얼리티를 만들기위해 오히려 인위적 상황이 만들어지는 부분이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 리얼리티를 위한 리얼리트의 부족이라고나 할까…그런 인위적 설정이 소설의 중반부부터 나로 하여금 집중력 부족을 느끼게 만들었다. 한동안 책을 놓고 있어도 별로 조급함이나 갈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사실 앞의 반 정도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지만 뒷부분은 여러가지 급한 일들로 두어 주 사이를 두고 읽기를 마쳤다. 리얼리티 부족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박주환 형사다. 사실 소설 내에서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주 등장인물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 박주환 형사는 작가의 고민의 결과라 읽혀진다. 사실 이런 인물은 현실에 없다.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 내야만 했던 인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전지적 링고 시점”은 그 상상이 오히려 기특해 보일 정도다.
재미있게 읽었다. 속도감도 있다. 작가의 정성과 노력도 느껴진다. 늑대개가 주인공인 한편의 재난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그런데 책을 덮은 뒤, 그래서 뭐? 라는 느낌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부정할 수 없는 처절한 인간 본성을 말하려는 것인지 인간에 의해 유린되고 죽어간 동물들을 위한 레퀴엠을 들려 주려는 것인지, 대체 작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퍼뜩 감이 오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