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분양 받은 community garden에는 요즘, 깻잎과 오이 그리고 오늘 따온 bok choy가 한창이다. 손바닥 만한 작은 밭이지만 그곳에 이것 저것 심었더니 신기하게도 싹이 나고 줄기가 올라오고 꽃이 피기도하고 또 적지만 수확도 맛본다. 하루 일과를 마친 뒤 그곳에 가서 물도 주고 잡초도 쏙아내고 또 깻잎도 좀 뜯어오기도 하고, 참 재미있다. 요며칠 비가 와서 밭에 가지 않았다가 오늘은 얼마나 자랐나 궁금하기도 하고 또 뜯어 올것이 있을것 같아서 다녀왔다. 복초이가 많이 자라서 뜯어왔다. 그런데 이 복초이 잎을 벌레가 먹어도 참 많이도 먹었다. 벌레 먹은 복초이를 뽑으면서 희안하게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벌레 먹은 채소를 보기 힘들다. 시원한 물기를 머금은 채 진열장에 깨끗하게, 세련되게 정리된 야채들에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내가 벌레 먹은 복초이에 기분이 좋았던 것은 단순히 무공해, 혹은 유기농 채소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다. 좀 뜬금없는 생각인지도 모르나, 같이, 함께 산다는 것이 이런것, 즉 벌레 먹은 복초이에 기쁠 수 있는 삶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느린것은 답답해하고, 세련되지 못한것은 촌스럽다고 여기고 (나는 촌스러운 것이 좋다), 부를 선으로 착각하고, 못난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경쟁은 최선의 삶의 방식으로 알고, 많은 자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달려가며, 승자 독식이 세상의 진리가 되어 버린 듯한 세상에 살고 있는데, 벌레 먹은 복초이 잎을 바라보니 나에게는 그것이 웬지 위로가 되었다. 디지털이 아나로그를 밀어내 버리는 세상이 아니라 공존하는 세상. 결국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는가는 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결정이다. 내가 사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나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기도 하다.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꾼다. 벌레 먹은 복초이 잎이 나를 가르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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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눈이 많이 왔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하루 종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세상은 없고 눈만 있었다. 편지를 부치기 위해 용감히 눈길을 헤치고 우체국에 갔지만 눈이 많이 와서 우체국도 문을 열지 않았다. 오랜만에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다. 눈 덕분에, 좋았다.
누구나 쓰고 있는 자신의 탈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 갈 즈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뿐이다.
하늘 가득 흩어지는 얼굴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마지막을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용기와
웃으며 이길 수 있는 가슴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눈오는 날엔.
헤어짐도 만남처럼 가상이라면,
내 속의 그 누구라도 불러보고 싶다.
눈 내리면 만나리라
눈이 그치면
눈이 그치면 만나보리라.
서정윤 시인의 “눈 오는 날엔” 중에서.
눈이 들이친 베란다 문
아이들이랑 “거침없이 하이킥”을 봤다.
하루종일 눈 치우는 차들이 분주했다.
아름다운 남자
잘 싸우셨습니다!
httpv://www.youtube.com/watch?v=kDI3JeI0WlA
이사 짐 도착하다
어제 드디어 이사짐이 도착했다. 이사짐이 덴버를 떠난 날이 9월 21일 이었으니 딱 3주만에 도착한 것이다. 이사짐이 떠난후 덴버에서 일주일 정도, 그리고 이곳에 도착해서 이주일 정도를 최소한의 가재도구로 생활하면서 하루 하루 이사짐 오기만 기다리면 텅빈 집에서 살았는데 드디어 올것이 왔다.
이사짐이 도착하는 날 아침에 세관에 가서 서류에 도장 받고…. 혹 세금 내야할지 모른다는 운송회사 직원의 말에 가슴 졸였는데 세관 직원이 시원스레 도장 찍어주면서 good to go라는 말에 앗싸…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이사짐은 대부분 깨끗하게 잘 도착했다. 다만 tv가 함께 도착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근처 도시 Moncton에 있다는 걸 알아냈고 다음주에 보내주기로 했다.
살림을 거의 늘리지 않고 살았는데 그래도 풀어보니 뭐가 이렇게 많은지 원. 그래도 별거 아닌 것들이지만 늘 옆에 있던 것들이 잠시 그 그자리에 없다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Moving Back to CANADA
Denver, Colorado에서의 1년 생활을 끝내고 다시 Halifax, NS, CANADA로 돌아왔다. 장장 2600마일을 자동차로 이동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달렸다. 지도에서는 Houlton, ME을 통과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Calais, ME으로해서 St. Stephen으로 들어왔다.
국경통과는 어느나라 할것없이 까다롭고 긴장되지만 이번에는 이사짐을 보냈고 자동차를 가져오는 거라 미국 국경 세관에서 자동차가 나라 떠난다고 신고하고 또 캐나다 국경 세관에서 차가지고 들어온다고 신고하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하지만 캐나다 국경 직원들은 역시나 예상대로 참말로 친절하더라.
아래 사진은 미국 국경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 캐나다 땅에 있는 국경 검문소 모습

캐나다 땅에서 산 7년의 세월이 알게 모르게 나의 삶의 방식을 이땅에 익숙하게 바꿔 놓은 모양이다. 국경을 넘어서니 웬지 마음이 푸근하고 자동차 옆을 지나가는 풍경들이 익숙하게 다가오고…여전히 이방인의 땅이지만 왠지 고향에 온듯한 마음이 들고. 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Halifax에서의 삶의 여유가 그 이유 중 하나이겠지만 그리 즐겁지 않았던 Denver에서의 직장 생활도 내가 이땅에서 고향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일게다. Goodbye School of Pharmacy, U of Colorado
박종우의 동메달을 찾지 못한다면….우리는 이미 독도를 잃었다.
한일전은 어느 때, 어느 종목 할 것 없이 긴장되고 또 감정적으로 경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번 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은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봐왔던 한일전의 결정판이라 스스로 생각하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일본군과 목숨걸고 싸워야만 하는 독립군의 일원이라도 된 것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며칠을 기다렸고 자리를 지켰고 또 경기에 몰입되었다. 경기가 끝난 뒤 참 감격적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좀 허무하기도 했다. 이토록 팽팽한 긴장감으로 앞으로 이런 경기를 몇번이나 더 지켜봐야 하나. 이 놈의 정상적이지 못한 감정은 언제까지 지녀야 하나…뭐 이런 마음에서 오는 허무함. 암튼 경기는 그렇게 끝났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경기 내내 혹시나 어린 선수들이 독도관련 세레머니를 하는 건 아닌가 염려했었다. 독도 세레머니를 하면 분명히 뭔 일이 날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MB가 뜬금없이 독도 다녀왔고 그것이 울고 싶은 놈 뺨 올려친 격으로 일본은 연일 깔아 준 멍석위에 잘도 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종우 선수. 그리도 열심히 뛰었는데….너무 안타깝다. 그 영광의 자리에도 함께 하지 못하고…기쁜 마음 시원하게 표현해 보지도 못하고, 그저 무슨 큰 죄진 사람 모양으로 언론에 얼굴도 비치치 못하고 있다. 박종우 선수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 당연히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여겼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덧 국제 사회에서의 독도는 어느 한 나라의 영토라고 봐 주기엔 너무도 논란이 커져버린것이다. 결국 우리 땅 독도라는 목소리를 올림픽에 와서라도 내야할 지경에 까지 왔고 우리 국민들은 그것이 애국심이라 믿고 스케치북만한 자그만한 종이에 “독도는 우리 땅” 이라고 소박하게 적고 그것이 카메라에 비쳐지길 바랬던 것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이렇게까지 와버린 것이다. 당연히 우리 땅인데 올림픽에까지 와서 그 목소리를 내야 하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그 종이를 잠시 들고 있었던 박종우 선수는 동메달 박탈이네 뭐네 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고.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주장은 이미 국제 사회에서는 “정치적 이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어눌해서 일 수도, 혹은 일본의 독도에 대한 정책이 아주 잘 통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 화나고 걱정되는 것은 박종우 선수의 동메달이다. 그 동메달,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독도가 우리 땅이네 뭐네 해봐야 국제 사회에서 듣는 놈 하나 없다. 오히려 그것은 일본을 도와주는 격이다. 그렇지만, 그 동메달은 상징성이 있다.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병역문제? 그것 때문이 아니다. 정부는 국민이 무서워서라도 동메달 없이도 박종우 선수의 병역문제 해결할 것이다. 그 동메달을 반드시 찾아와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독도” 때문이다. 동메달을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박종우 선수의 행동이 정치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고, 또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MB정부 들어서고 국격이라는 말 자주듣는데, 그야말로 그 국격, 이번에 국민들이 제대로 체감하도록 해야한다. 우리 정부는 반드시 떳떳하게 박종우 선수의 동메달을 찾아와 박종우 선수의 목에 달아줘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그 동메달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미 독도를 잃어버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