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

지난 봄에 분양 받은 community garden에는 요즘, 깻잎과 오이 그리고 오늘 따온 bok choy가 한창이다. 손바닥 만한 작은 밭이지만 그곳에 이것 저것 심었더니 신기하게도 싹이 나고 줄기가 올라오고 꽃이 피기도하고 또 적지만 수확도 맛본다. 하루 일과를 마친 뒤 그곳에 가서 물도 주고 잡초도 쏙아내고 또 깻잎도 좀 뜯어오기도 하고, 참 재미있다. 요며칠 비가 와서 밭에 가지 않았다가 오늘은 얼마나 자랐나 궁금하기도 하고 또 뜯어 올것이 있을것 같아서 다녀왔다. 복초이가 많이 자라서 뜯어왔다. 그런데 이 복초이 잎을 벌레가 먹어도 참 많이도 먹었다. 벌레 먹은 복초이를 뽑으면서 희안하게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벌레 먹은 채소를 보기 힘들다. 시원한 물기를 머금은 채 진열장에 깨끗하게, 세련되게 정리된 야채들에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내가 벌레 먹은 복초이에 기분이 좋았던 것은 단순히 무공해, 혹은 유기농 채소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다. 좀 뜬금없는 생각인지도 모르나, 같이, 함께 산다는 것이 이런것, 즉 벌레 먹은 복초이에 기쁠 수 있는 삶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느린것은 답답해하고, 세련되지 못한것은 촌스럽다고 여기고 (나는 촌스러운 것이 좋다), 부를 선으로 착각하고, 못난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경쟁은 최선의 삶의 방식으로 알고, 많은 자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달려가며, 승자 독식이 세상의 진리가 되어 버린 듯한 세상에 살고 있는데, 벌레 먹은 복초이 잎을 바라보니 나에게는 그것이 웬지 위로가 되었다. 디지털이 아나로그를 밀어내 버리는 세상이 아니라 공존하는 세상. 결국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는가는 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결정이다. 내가 사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나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기도 하다.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꾼다. 벌레 먹은 복초이 잎이 나를 가르치는 저녁이다.DSC_8227

3 thoughts on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

  1. 농사라는것이 참 많은 의미들을 가져다주나봅니다~나는 촌스러운것이 좋다! ㅎㅎ
    딱 집사님 마음같아 듣기 좋습니다~^^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