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다. 아니 잊히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도. 어린 아이가 길가다 넘어져도 모두가 뛰어와 일으켜 세우는 게 세상인심인데 두 눈 빤히 뜨고 배가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던 우리가 어찌 그 안타까움과 슬픔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그 배 안에 아직 피지도 못한 꽃 같은 우리의 자식들이 있는데 아무 손도 내밀지 못했던, 무능했던 우리가 그걸 잊는 건 죄악이다.
이번 겨울은 아…정말 눈 많이 온다. 3월인데…3월에 눈 한 두번 오는것이 뭐 특별할것은 없지만 이번엔 3월인데 아주 그냥 한겨울 처럼 눈이 오니 그게 이 겨울을 더더욱 길게 만든다. 음악을 들으면서 눈 오는 창 밖을 바라보는 게 여유로 느껴지지 않고 이젠 좀 답답하다.
지난해 중고 물품 파는 곳에 갔다가 LP가 있는것을 보고 사모으기 시작했다. 소위 “명반”이라 불리는 것들도 있었고 아주 오래된 귀한 LP도 다 $1에 팔기에 이게 웬일인가 싶어 갈 때마다 몇장씩 사다 두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그곳에 가서 LP 뒤지는 것이 소소한 기쁨이다. 이젠 왠만한 좋은 음반은 거의 사와서 그런지 요즘은 가도 별로 건질것이 없다. 아주 오래된 음반중에는 모노로 녹음된 프루트 뱅글러가 지휘한 베를린 필의 음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포루투갈의 마리아 주앙 피레스의 젊을 적 녹음도 있다. 유명한 아이작 펄만이 한창 나이 때 연주한 것, 독일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세트 등..명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음반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저렴하게..
이 음반들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음반이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turntable을 구했다. 요즘 나오는 앰프들에 turntable을 연결하려면 phono preamp를 사서 turntable에 연결하던지 아니면 preamp가 내장된 turntable을 사던지 해야하는데 제대로 된걸 사려면 비용이 제법든다. 그래서…antique shop을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제법 오래된 Hitachi turntable과 Kenwood amp, tuner를 저렴 ($120)하게 구할 수 있었다. 요즘 이 음반들 듣는 재미가 좋다.
음반들 중에 Schubert 작품 세트가 하나 있는데 그것 듣다가 마음을 움직인 가곡이 있었으니…Der Hirt auf dem Felsen…한국어로는 바위 위의 목동 이라는, 피아노와 클라리넷의 반주가 있는 가곡인데 참 아름답고, 나중에 번역된 가사를 보니 더 마음이 끌리는 그런 곡이다. Soprano Elly Ameling의 목소리도 아름답지만 오블리가토로 들어가는 클라리넷도 감미롭다. 슈베르트는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떳고 이곡은 슈베르트가 죽는 해에 작곡한 곡이다. 겨울 나그네 땜에 그런지 슈베르트의 가곡이 좀 무겁고 침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곡은 그렇지 않고 그저 아름답다. 아래 유투브는 Elly Ameling 이 부르는 것인데 앞에 광고가 있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내가 가진 LP와 같은 레코딩인것 같다. 유투브로 여러 레코딩을 들어봤지만 Elly Ameling이 부르는 게 개인적으로는 젤 마음에 든다.
일본의 허백기 목사가 교단 일로 토론토를 방문했다. 반가운 마음에 1박 2일로 토론토를 다녀왔다. 첫날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사진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했고 둘째날은 허백기 목사를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8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 재정립 과정에서 생겨난 다양한 신학과 그 각각의 신학 방법이 바라보는 성경의 권위와 하나님 나라 등에 대한 여러 궁금함이 나에게 있었고 그러한 넓은 스펙트럼의 신학 가운데서도 유독 한국 개신교가 극단적 보수를 유지하는 이유 등 여러 가지 정리되지 않는 질문들이 있었는데 나의 단순 무식한 질문들에 대해 성의껏 답변해 주신것에 깊이 감사드린다.
시내에 위치한 토론토 대학을 가로 질러 차아나타운을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토론토 대학 한 건물 벽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요한복음의 말씀이 있는 것을 보고, 나의 이런 혼란함이 결국 진리를 모르기때문에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리를 알면…자유케 되겠지.
대학이 다운타운에 있어서 그런지 고풍의 대학 건물과 시내의 현대식 건물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차이나타운…몬트리올의 차이나타운은 좀 운치가 있었는데 여긴 그렇지는 않았지만 정겹기는 했다. 식당하나를 골라서 들어 가서 음식을 시켰는데 비주얼이 아주 정겹고 맛도 생각 이상이었다. 무엇보다도 값이 저렴.
차안에서 애들처럼 셀카도 찍고..시내 구경도 좀 더하고..그날 일정을 비워두신 허목사께서 공항까지 배웅해주셨다. 6년만에 만남이 참 반갑고 즐거웠다. 신앙 생활에 있어서 좀 혼란스러웠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잘 정립하는 과정을 거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계기가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