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恥)에 대하여

부끄럽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예수를 믿고 난 후 기독교인이라서 부끄러웠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기독교인, 특별히 “개신교인” 이라는 사실이 정말 부끄럽다.

부끄러움을 아는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성품중 하나라 생각했는데 요즘 세상을 보면 그런 내 생각이 틀린 모양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한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불편함을 몸에 달고 살고 또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이들이 건강을 잃었고 적지 않은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눈을 뜨면 코로나 뉴스가 먼저 눈에 들어 오고 살림살이는 코로나로 인해 휘청거린다. 주식 시장은 백신 뉴스 하나에 미친 물결을 처럼 오르내리고 코로나로 삶의 터전을 닫아야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또 해야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고 애쓰면서 하루 하루를 산다.

세상에서 보는 욕망을 교회에서 그대로 본다. 오히려 더 노골적이다. 그들은 그것을 간절한 신앙의 모습으로 포장하며 부끄럽지도 않은지 큰소리로 떠들어 댄다. 보는 사람이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교회가 이토록 공동체의 짐이 되었던 적이 또 있었던가?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 교회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교회 밖의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교회에 바라는 도덕적 수준이 보통의 그것보다 높았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이 교회에 바라는 것은 그냥 보통 수준의 도덕성만이라도 유지해 주는것이다. 왜냐면 보통 사람들이 머금고 살아 가는 도덕의 개념 조차도 교회가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이 찾아 가야할 곳이 교회인데 이제는 세상이 교회라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짐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고민하고 있으니 뭐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되 가고 있는 것이다. 무식하고 무지하고 예의없고 융통성없는 거기다가 고집까지 센 한국 교회, 공동체에 엄청난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한것일까?

이런 교회를 보고 세상은 일갈한다. “개독이 개독했다”.

여름 텃밭

이번 여름은 30도를 넘는 날들이 자주 있다. 지난해에는 봄에 서리가 몇번 내리는 바람에 텃밭에서 별로 건진것이 없었는데 이번 봄도 그랬고 여름까지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열무는 이미 한번 뽑아 먹었고 상추는 계속 잘 먹고 있다. 토마토는 이제 익은 것이 몇개씩 나오고, 가지, 고추, 콩은 잘 자라주고 있다. 지난 12월초에 심은 마늘은 엊그제 장장 8개월만에 수확을 했다. Raspberry는 엄청 열려서 따서 그냥 먹기도 하고 얼려 놓기도 하고 잼도 세번이나 만들었다. 술도 실험삼아 만들고 있고…이번주에 한번 더 따면 아마 그게 끝물이것 같다.

raspberry 발효 중

코로나바이러스와 예배

전 세계가 난리다. 인류가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흑사병, 스페인 독감 혹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났던 SARS나 신종플루 등 수많은 전염병을 겪었지만 특별히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과학 기술이 그동안 쌓아 놓은 많은 문명의 이기들을 일시에 멈추게 하고 있다. 항공기는 날지 않고 국경은 닫혔다. 학교에는 교실이 비고 식당들은 문을 닫는다. 주식 시장은 날개없는 추락을 겪고 있고 사람들은 불안해 한다. 한번도 겪어 보지 못했기에 누구도 시원한 예측을 하질 못한다. 확산을 늦추고 의료체계가 멈추는 걸 막기 위해서 현재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대한민국은 대다수 국민들의 마스크 사용하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동참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확산이 주춤한 상태다. 물론 언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누구도 자신있게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대다수 국민들이 힘들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유럽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내다봤다가 지금 바이러스 확산으로 곤란한 상황이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는 캐나다는 지난주 부터 모든게 셧다운 되고 있다. 방송에서는 지속적으로 Social Distance를 유지하라는 메세지가 나온다.

한국은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콜센터나 피시방,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나타나고 있다. 교회 예배를 교회 예배당에서 진행하는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 많은 교회들이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지만 예배당에서 예배하는 교회들도 아직은 많다고 한다. 종교의 자유를 말하면서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전혀 이해 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기독교 신앙의 공공성을 이제 정말 깊게 생각해 볼 때인것 같다. 기독교, 특히 한국 기독교는 하나님과 개인간의 관계 즉 신앙의 개인성에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니 “하나님을 믿는 자로서의 나”와 “내가 속한 사회”와의 관계 즉 신앙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간과해 왔다. 예배당에 가지 않고 예배하는 사람들은 신앙을 적당히 타협해서가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를 존중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사회를 생각하지 않고 내가 속한 교회와 나의 신앙만 생각한다면 참 안타깝지만 이기적 기독교인이라고 불릴만하다. 그리고 그 신앙이라는 것은 보기에 따라 우상숭배와 별 구분을 지을 수 없다.

사회공동체가 모두 힘써 지키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가 내가 속한 교회 공동체의 소중함도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있고 또 인류가 대단한 줄 알았지만 짧은 RNA 한가닥으로 이뤄진 바이러스에 처참히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의 위대함을 다시금 생각하는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신앙의 자유를 말하면서 현장 예배를 고집하는 일부 개신교도들을 보면서 사무엘상 4장에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패한 이스라엘이 이스라엘 장로들의 결정으로 실로에서 하나님의 언약궤를 옮겨와 진중에 있게함으로 전쟁을 이기고자 했으나 그 결과는 더 참담한 패배로 이어졌던 일이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요즘, 예배당 예배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무엘상 4장이 생각나는건 나의 지나친 삐딱함일까?

Christianismus renascens

거듭난 기독교-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사도 시대의 소박함과 생명력을 회복한 기독교-라는 인문주의적 이상을 꿈꾼다….내가 한 말이 아니고 스위스의 종교개혁가 울리히 츠빙글리의 말이다.

교회를 떠나며

15년간 다닌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교회는 너무도 평안하고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적어도 교회 때문에 떠나야 하는 그런 지저분한 일들은 없다. 그럼 왜 떠나냐고? 언젠가부터 늘 생각해 왔던 일이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실행하게 되는것인데 특별히 교회와의 관계나 교회 내부적인 일로 인해서 그 실행을 결정하게된것은 아니다. 신앙하는 자로서 그 신앙의 바탕이 되는 교회를 향한 나의 열정이 이젠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 내가 교회를 떠나는 결정을 하게 된 이유다. 쉽게 말해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졌다. 나에게서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진 것은 아마 여러가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나의 신앙의 무기력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익숙하고 편안한 신앙 생활이 내 삶에 유익이 되고 있질 못하기에 개인의 신앙이 무기력해지고 그것이 다시 공동체에 대한 열정을 식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내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이런 마음과 자세로 내가 공동체의 리더십 그룹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에게 손해일 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에게도 지속적으로 손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지난 수년간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없이 그저 책임감으로 교회에서 내가 해야할 일들 해왔고 그렇게 책임감으로만 감당하기엔 지금의 내 마음이 너무 메마르다. 지난 연말에 사실 실행하려 했지만 몇가지 일들로 인해 교회를 떠날 수 없었고 한 해 맡겨진 일들 잘 감당하고 2019년 말에 마무리하자는 마음을 먹었었다. 지난 15년 동안을 돌아보면 공동체를 사랑하며 아주 행복해 했던 날들도 많았고 공동체가 힘든 시기에 함께 버티며 견뎌낸 시간들도 있었다. 소중한 기억들이다.

다만 나의 이런 떠남의 결정이 한때 사랑했던 공동체를 뒤로 하며 이별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닌것 같다. 나의 메마름이 어느 정도 해갈 되면 그때는 또 어떤 결정을 할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잠시만이라도 공동체를 떠나 있는것이 지금 현재 나의 메마름에 가장 좋은 선택인것 같다. 지나고 나면 후회가 되는 결정일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실수이거나 혹은 전혀 유익함이 없는 결정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공동체를 떠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사실 막막하다. 역설적이게도 다행인것은 나의 난 자리가 전혀 표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씁쓸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