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일찍 교회에 다녀온 후 오래된 LP의 먼지를 닦고 turntable 위에 올려 놓는다. 쇼팽의 발라드다.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Tamas Vasary의 연주다. 갓 내린 커피 한잔과 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그리고 쇼팽의 발라드. 소소한 것들의 조합이지만 뭔가 표현하기 묘한 기쁨을 맛보는 순간이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극중의 스필만이 아사 직전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연주하는 곡이 발라드 1번이다. 4번은 평안함 가운데 웬지 모를 비장함도 느껴진다. 물론 2번과 3번도 멋지다. 쇼팽이 4번을 작곡한 것이 1842년이라고 한다.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와 치열한 사랑을 시작한 몇년 뒤이기도 하지만 또 폐렴으로 인해 건강이 점차 악화되던 때이기도 하다. 모르긴 해도 쇼팽이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곡들을 작곡할 때 그의 삶은 환희 보다는 절망이 가득했던 나날들이었을게다. 한사람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들이 때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여유로움을 가져다 준다. 음악이 그런것 같다. 베토벤이 그렇고 쇼팽도 마찬가지다. 어디 이들뿐인가? 별로 행복하지 못했던 짧은 삶을 살고 간 모차르트나 슈베르트가 있고 오래 살았지만 평생 한 여인을 가슴으로만 사랑했던 브람스도 있다. 이들의 뜨거웠던 삶의 파편들로 인해 잠시나마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을 가져보는 아침이다.
아래는 쇼팽의 나라 폴란드 출신의 Kystian Zimerman이 연주하는 Ballade No. 4.